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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블록체인 교육 설계 전략

본 원고는 중앙일보 조인디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https://joind.io/market?id=1034 에 게재되었습니다.


중국이 블록체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가 단위의 종합적인 실행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 산업을 국가단위에서 적극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직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암호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그 동안 규제해왔던 비트코인 채굴을 도태 산업의 목록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블록체인에 대해 기술을 넘어 교육, 유통, 금융 등 산업 전반에서 강력히 육성할 것을 주문하였고, 이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굴기 주문에 맞추어 14억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블록체의 교육을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중국은 블록체인 패권 추진 이전에 인공지능(AI) 패권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 단위로 총력을 다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인공지능 교육 체계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인공지능 교육 체계를 살펴보면 중국식 사회체계에서 블록체인 교육을 어떻게 실행할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허난 인민 출판사는 유치원, 초중고 및 대학에 이르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33권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실험교재(人工智能实验教材)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교과서는 유치원 과정에서 지렛대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초등 과정에서 음성 인식의 기초, Scratch 언어, 파이썬 언어의 기초 등을 설명하고, 중등 과정에서 아두이노 프로그래밍,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초, 자연어 처리의 개념 등을 다루고, 고등 과정에서 AI, 로봇, 이미지 인식, 인공신경망 등을 체계적으로 다룹니다. 따라서 중국의 블록체인 교과서도 이처럼 유초등교육, 중고등교육, 대학 및 성인교육 등 교육 과정의 전범위에 걸쳐 체계적으로 구축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단위에서 한 번 방향을 정하면 유기적으로 일사 분란하게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과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중국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교육플랫폼의 이름은 ‘학습강국(学习强国, https://www.xuexi.cn/)’입니다. 이 플랫폼은 시진핑 주석의 ‘기술 혁신과 과학의 대중화가 사회의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중요 요소이다’라는 발언을 바탕으로 온라인 교육을 통해 중국 전역의 과학 기술 대중화를 촉진하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최근 칭화대학교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을 25개의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신화통신은 지난 11월 11일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우수한 어플리케이션은 다름 아닌 비트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http://xh.xhby.net/mp3/pc/c/201911/11/c708360.html ) 신화통신은 중국의 국무원에 속해 있는 사실상 중국의 국영 선전 기관입니다.




자, 이러한 중국과 바로 붙어 있는 한국은 블록체인 교육을 어떻게 설계하고 추진해야 할까요? 블록체인은 인공지능과 더불어 디지털 경제 구현의 핵심 요소입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교육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디지털 경제 교육 전략을 먼저 고민해야 하고, 한국의 디지털 경제 교육 전략을 수립하려면 한국의 경제 교육 현실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경제 교육 현실은 매우 열악합니다.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에는 ‘경제교육 패싱(passing)’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최종민 한국경제교육학회장은 2018년 7월 기획재정부와 지역경제교육센터가 주최한 행사에서 우리 교육 현장에서 ‘경제과목 패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서 경제 파트는 뒤쪽에서 다루어 중요도가 낮게 인식되고, 고등학교 교육 체계에서 경제는 선택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2019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서 경제는 고작 2%의 가장 낮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대신 수험생 입장에서 공부하기 쉽다고 느껴지는 ‘생활과 윤리’ 과목은 61.3%, ‘사회문화’ 과목은 56.3%’ 선택을 받았습니다. 경제 교사 인프라도 매우 부족합니다. 구글에 ‘경제교육과’를 검색해보면 경제교육과를 설치한 대학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범대생들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2-3개의 경제 과목만 받고 경제 교사가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학문을 문과, 이과로 나누는 획일적인 사고방식 또한 극복해야 합니다. 문과 학생은 경제를 배우고 이과 학생은 기술을 배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블록체인 교육을 활성화하려면 디지털 기술이 경제를 바꾼다는 융합적 관점의 개념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투자 철학은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입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크립토펀드를 출시하고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프트웨어가 돈의 개념까지 바꿀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이렇듯 소프트웨어가 콘텐츠, 유통, 광고 등 기존 산업들을 바꾸는 것을 넘어 금융 산업까지 바꾸면서 한국도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銀産分離)의 개념을 완화하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외치는 4차산업혁명의 구호의 크기만큼 디지털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되 암호화폐는 규제한다는 기존의 기조는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마치 디지털 기술은 장려하되 디지털 기술로 인한 새로운 경제는 규제하여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블록체인을 국가 단위의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중국 정치인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결국 금융, 사회, 정치, 문화와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법경제학자 에릭포스너가 저술하여 블록체인 분야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도서인 래디컬 마켓(Radical Market)은 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대안들은 결국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경제 (Programmable Economy), 디지털 정치(Digital Politics)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생각들입니다.


이렇듯 제대로 된 블록체인 교육은 기술적 관점, 경제적 관점, 경영적 관점을 골고루 포괄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암호학 원천 기술에 대한 역사와 충분한 문헌 연구, 합의 알고리즘의 의미와 개별 알고리즘들의 철학적 의미를 포함해야 합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결국 검열저항성과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언급해야 하고 탈중앙화의 사상과 비트코인의 위대함을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부터 ‘보이는 손’까지 경제학의 고전부터 최신 내용까지 골고루 다루어야 합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은 메커니즘 디자인, 실험 경제학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더 나은 후생(厚生)과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보이는 손’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경영적 관점에서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자산의 개념이 새로운 기업을 창조하고 새로운 직업을 창조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에 호기심과 활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최신 교육을 서두르지 않고 중고등학생들이 경제 과목에서 수요와 공급 곡선만 떠올리게 한다면 우리 사회는 3가지의 문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첫째, 학생들의 알 권리 침해입니다. 내신과 수능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하고 줄세우는 것에 사회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출제한 문제의 정답이 보편타당한 설득력과 공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은 기존경제 이론의 상당부분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사회 현실에서는 이미 바뀌어서 검색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기존 교과서에 근거해 정답, 오답을 강요한다면 그 교육시스템은 공정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둘째,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않은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기 모순입니다. 경제교사 양성과 경제 교육 환경 마련에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는 시스템에서 졸업한 학생들에게 갑자기 창업을 권유하는 것은 교육 과정의 한계와 모순을 드러냅니다. 셋째, 진로교육은 점점 활력을 잃고 사회와 동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을 국가단위로 고민하는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기존 일자리의 감소 및 사회 구조의 극적인 변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진로교육은 이러한 국가의 고민을 반영하여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생에서 충분한 고민과 대비 시간을 갖게 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시 의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서울지역 중3학생들의 40%가 장래희망이 없고, 그나마 장래희망이 있는 학생들도 선호하는 직업 1위를 공무원이라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의 설문 결과는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한국은 최근 인공지능 교육 활성화를 위해 AI교사 5천명을 양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블록체인 교육 정책 설계는 인공지능 교육 설계보다 조금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블록체인 교육은 기술이 경제를 바꾼다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초중고 과학 영재들이 기성 세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암호화폐 동아리를 조직하고 차세대 암호 알고리즘을 연구하여 중국의 미래 세대와 대등하게 경쟁하게 하려면, 기성 세대의 디지털 문해력(文解力) 부족을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김문수 aSSIST-장강상학원 Top-tier EMBA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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