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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디지털 리더십

전 세계 국가들의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을 선포하고 행정부 각 부처에서 디지털 인프라와 디지털 SOC 구축을 위한 공격적인 정책들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뉴딜정책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1929년에 터진 대공황 사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내놓은 정책들을 말합니다. 뉴딜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고 초강대국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였고, 루즈벨트 대통령은 무려 4차례나 연임을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첫 번째 대공황 이후 약 90여년이 지난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로 인한 대공황을 맞이하였고, 이번에는 한국이 디지털 뉴딜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 도전이 성공하면 미국의 뉴딜 정책은 1930년대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고, 한국의 뉴딜 정책은 2020년대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이 디지털 뉴딜 정책을 멋지게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그 성패는 한국 기업과 정부 조직의 세부 조직력과 리더십에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전이 같고 전략이 같아도, 실행 결과에 따라 성공하는 조직이 있고 실패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이론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조직의 성공은 다름 아닌 실무자의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좋은 리더십은 리더의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조직의 목적과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현장에서 올바로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환경의 조성 능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고객과 가까이 있는 현장의 실무자가 올바른 마음과 심리 상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가 된다는 것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권력과 권위의 차이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바로 권위라는 것은 그것을 권위라고 인정하고 지지하는 부하의 자발적 마음의 크기만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권위가 아니라 권력을 지향하는 조직에서는 실무자들이 ‘어떻게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통제하고 있는가, 즉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권력에 대한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 문화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권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악순환의 오류에 빠진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허버트 사이먼은 미국발 대공황의 현장에서 인간의 본질과 조직의 성과 전략을 연구했던 대표적인 천재 연구자입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지켜보며 사람의 인지 구조의 한계와 심리의 가치를 깊이 연구하여 행동경제학의 시초를 마련했고 노벨 경제학상과 튜링상까지 수상하며, 심리학/경영학/조직학/인지 과학/컴퓨터 과학/인공지능/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재택근무 시대를 맞이한 지금, 허버트 사이먼의 조직의 본질을 꿰뚫는 냉철한 지적은 더욱 가슴에 다가옵니다. 초기에는 재택근무가 잠깐이면 끝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이 재택근무의 가능성과 효용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막상 재택근무를 해 보니 실무자들이 누군가의 방해 없이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상사가 호출하는 회의에 불려 다니며 실시간으로 답변하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트위터는 직원이 원하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여 비싸고 화려한 사옥 건축에 매달리던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에 경종을 올렸고, 한국도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IT기업 뿐만 아니라 롯데도 회장이 직접 재택근무의 효용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예전에는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중요한 정보 유통의 길목을 차지하며 회의도 주재하고 결재도 하며 본인의 역할을 뽐낼 수 있었는데, 온라인 업무 환경에서는 실무자와 CEO의 거리가 확 줄어듭니다. 온라인 업무 환경이 발달할수록 실무자들이 중간관리자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CEO에게 더 빨리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게 될 것입니다. CEO도 중간관리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실무자들의 업무 현장을 낱낱이 들여다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실무자들이 보다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관리의 권력에 기반했던 중간관리자들은 점점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중간관리자들은 승진할수록 어쩔 수 없이 조직의 정치와 처세술을 배워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임원을 모시는 의전을 통해 조직 수장의 권력을 공유할 수 있었고, 실무 직원을 불러서 보고 받으며 실무자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었고, 외부 기관을 불러 MOU 사진 찍는 문화를 통해 성과 전시의 기회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재택근무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시대의 중간관리자들은 과거와 같은 습관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중간관리자들은 직원을 방으로 불러서 듣는 습관을 버리고 스스로 데이터를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굳이 대면 미팅이 필요하면 실무자를 앉아서 부르지 말고 업무 현장으로 직접 다가가야 합니다.

만일 중간관리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는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을 통해, 직원은 스스로 더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없어 무기력함을 깨닫는 상태까지 승진하고, 결국 조직은 무능한 사람들 중심으로 채워진다고 경고합니다. 조직이 이렇게 정치화되고 관료화되면 인사시스템이 실무자의 객관적 성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와 코드가 맞는 성향이나 개인적 선호도에 맞추어 인사시스템과 승진 체계가 오염되는 ‘피터의 도치(Peter’s Inversion)’가 일어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과 대별되는 2020년대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공하려면 한국의 관료들과 중간관리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디지털 시대에도 유능한 관리자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과감한 용기를 내야 합니다. 기업과 정부 조직의 인사 담당자들은 한국판 뉴딜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들에게 새로운 시대의 생존법과 리더십을 교육하고 인사 체계를 최신화해야 합니다.

고전은 시대가 변해도 통하는 가르침을 줍니다. 인간관계론의 거장인 데일카네기의 명언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중간관리자들을 위해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 순수한 관심으로 진정한 친구가 되고 애정을 보여라.

  • 리더가 틀렸을 때는 용감하게 잘못을 시인하라.

  • 세상의 대부분의 업적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 나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재미없게 하는 사람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좋은 기회란 우리들 자신 속에 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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