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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10가지 이유

(본 글은 중앙일보 조인디에 제출한 컬럼의 원문으로 해당 글은 편집국의 검토를 거쳐 최종 https://joind.io/market?id=371 에 출판되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우리 정부의 기조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되, 암호화폐는 규제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환경과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에 변화가 필요한데 그 이유는 다음의 10가지와 같습니다.


첫째, 페이스북이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에 우리가 이미 반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면 반응할 필요도 없을 텐데 페이스북 리브라 백서가 공개된 지 한 달이 되기 전에 금융위원회가 리브라 분석 자료를 빠르게 공개하였습니다. 금융위는 분석자료에서 전 세계 24억 명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은행예금의 1/10을 리브라로 이전하면, 리브라 적립금이 2조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일 활성 이용자 1천 만 명에 달하는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리브라에 1백만원씩 충전하면 10조 원이 됩니다. 2019년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예금수신액이 16조 원 대입니다. 이렇듯 이용자가 많은 글로벌 IT기업의 암호화폐 발행은 국내 금융 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 국제 정세가 암호화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토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는 암호화폐 명칭을 ‘암호 자산(Crypto-Asset)’으로 통일하였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 수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셋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술혁명의 시대에 무엇은 되고 무엇은 되지 않는다는 손쉬운 관점이 산업 발전 전략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20년 전 인트라넷은 장려하고 인터넷은 규제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IT 강국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넷째, 경쟁 국가의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예고했고 중국 국가암호관리국은 국무원의 위탁을 받아 ‘암호법’ 제정에 착수했습니다. 싱가포르 국세청은 교환 수단의 암호화폐에 재화용역세를 면제하는 ‘디지털 결제 토큰’ 취급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은 2018년부터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처리하도록 회계기준을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회계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암호화폐 관련 기술이 점점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암호화폐 지갑 활성화를 위한 개발자 전용 암호화 프레임워크인 ‘크립토 키트’를 공개했습니다. 암호화폐의 초당 거래 처리 속도(TPS)는 높아지고 다양한 암호화폐 지갑과 암호화폐 결제 솔루션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암호화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산업을 선도하기 어렵습니다.



여섯 번째 이유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한국도 금융 혁신의 속도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100일 동안 37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빠르게 지정했습니다. 은행금융망을 핀테크 업체들에 개방하는 오픈뱅킹 정책이 진행되고 있고 블록체인 기반 분산 ID,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거래 플랫폼 등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엄격한 인허가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혁신을 장려하고 포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제도들이 빠르게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을 금융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이유는 전자 정부의 모범 사례를 달성한 대한민국이 암호화 기술을 소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 2012년, 2014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9월부터는 전자증권제도가 시작됩니다. 암호화 프로토콜은 전자화된 시스템의 부분 집합입니다. 전자 정부를 선도해온 국가는 암호화 프로토콜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규제만으로는 가상화폐에 대한 범죄를 줄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8년에 펴낸 ‘암호화폐 관련 범죄 및 형사정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를 도구로 악용하는 범죄의 심각성이 높아지는 것이지 암호화폐 자체가 본질적으로 범죄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블록체인의 가치는 기술혁신에 있고 범죄는 부작용에 불과한 것이며 가능성이 매우 큰 혁신적인 도구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홉 번째 이유는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 나라 대형 IT 기업들이 이미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10은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한데 이어 이더리움 블록체인 개발키트를 올해 연말 출시할 예정이고 LG전자는 미국 특허청에 씽큐월렛(ThinQ Wallet) 상표를 출원하며 ‘암호화폐를 위한 디지털 월렛’이라는 설명을 표기하였습니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Link 토큰을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 클레이튼은 암호화폐 클레이를 공개하였습니다.


열 번째 이유는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업가정신은 불명확한 미래를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개척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입니다. 해외 기업의 암호화폐 사업은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해외 창업가들과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되고 암호화폐는 안 된다는 관점은 국제 경쟁에서 한국 창업가들의 상상력과 도전을 위축시킵니다. 진돗개는 맹수와 싸울 만큼 용맹하다고 하지만 목줄이 묶인 진돗개는 맹수와 싸울 때 현저히 불리합니다.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는 비자(Visa), 페이팔, 마스터카드, 우버, 리프트, 이베이, 보다폰,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행보를 구글과 아마존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설령 페이스북 리브라가 론칭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리브라가 몰려올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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