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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백서와 리브라 백서의 차이

본 글은 중앙일보 조인디에 제출한 컬럼의 원문으로 해당글은 편집국의 편집을 거쳐 https://joind.io/market?id=441 으로 게재되었습니다.


비트코인과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함께 등장할 만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리브라는 배경과 지향점이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는 백서의 문장과 행간의 의미를 분석하여 찾아낼 수 있습니다. 글에는 작성자의 상황과 속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두 백서의 원문을 깊이 분석하면 비트코인 설계자의 의도와 리브라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째,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개인들의 직접 금융(without going through a financial institution, 비트코인 백서의 Abstract 부분)을 구현하고 싶었고, 리브라는 국경을 뛰어 넘는 금융기관이 되고 싶어 합니다(Libra’s mission is to enable a simple global currency and financial infrastructure, 리브라 백서의 Introduction 부분).


둘째, 비트코인은 금융기관의 존재 자체가 금융 비용을 높인다고 보았고(The cost of mediation increases transaction costs, 비트코인 백서의 Introduction 부분), 리브라는 더 쉽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합니다(Our hope is to create more access to better, cheaper, and open financial services, 리브라 백서의 Conclusion 부분).


셋째, 비트코인은 지배구조(Governance)를 제거하고자 하였고, 페이스북은 지배구조(Governance)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비트코인은 스스로를 지배구조가 없는 단순함 때문에 견고하다고 하였고 (The network is robust in its unstructured simplicity, 비트코인 백서의 Conclusion 부분), 리브라는 Council-Board-Executive Team-Managing Director에 이르는 단계별 조직 체계를 The Libra Association Paper라는 별도 문서를 통해 10페이지에 걸쳐 설명합니다.


넷째, 비트코인 백서에는 정작 탈중앙화(Decentralized)의 단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백서는 중앙 지배구조 없이 스스로 작동하는 탈중앙화된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적인 시스템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하고자 하였습니다. 리브라 백서의 목적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을 강조하며 시작하지만(This document outlines our plans for a new decentralized blockchain, 리브라 백서의 Introduction 부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Moving Toward Permissionless Consensus’라는 별도 문서를 통해 미래로 미뤄 놓았습니다.


다섯째, 비트코인 백서는 ‘Open’이라는 단어를 강조할 필요가 없었고, 리브라 백서에는 ‘Open’이라는 단어가 20번 등장합니다. 비트코인 백서에는 ‘Open’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하는데 이는 악의를 가진 공격자가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공격한다 하더라도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무단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에 불과합니다(Even if this is accomplished, it does not throw the system open to arbitrary changes, 비트코인 백서의 Conclusion 부분).


여섯째, 비트코인 백서는 한 개의 문서로 간단명료하고 빈틈이 없습니다. 리브라 백서는 한 개의 기본 백서에 이어 기술 백서(The Libra Blockchain), 금융자산 운용 백서(The Libra Reserve), 지배구조 백서(The Libra Association) 등 여러 개의 부속 문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리브라가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탄생한 배경과 설계 의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중앙 기관의 통제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법을 꿈꾸었던 암호학 선구자들의 선행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닉 사보(Nick Szabo)는 1999년에 ‘The God Protocol’ 논문을 통해 중앙기관 없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완벽히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신의 프로토콜’이라 비유하였고, 2001년에는 ‘Trusted Third Parties are Security Holes’ 논문을 통해 신뢰검증의 역할을 맡은 중앙기관이 오히려 보안의 허점이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할 피니(Hal Finney)는 1993년에 ‘Detecting Double Spending’ 논문을 통해 이중 지불을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고 2004년에는 RPOW – Reusable Proofs of Work 논문을 통해 재사용 가능한 작업증명 알고리즘을 제안하였습니다. 할 피니(Hal Finney)는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최초로 비트코인을 전송받은 사건으로 유명하고, 닉 사보(Nick Szabo)가 2005년에 제안한 Bit Gold 문서에는 puzzle function, proof of work, one-way function 등이 들어있어 비트코인의 핵심 요소들과 매우 유사합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는 2019년 3월 7일에 ‘A Privacy-Focused Vision for Social Networking’이라는 글에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경영 방침을 발표하며 ‘암호화는 탈중앙화’라고 밝혔고(Encryption is decentralizing), 이는 리브라 백서에서 분산ID(DID)로 연결되어 있습니다(We believe that decentralized and portable digital identity is a prerequisite to financial inclusion and competition, 리브라 백서 The Libra Association 부분).


비트코인의 설계자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등장하였고 비트코인 생태계를 이끌다가 결국 자신의 종적마저 감추고 자신을 제거하며 The God Protocol을 완성하고자 하였습니다. 리브라는 ‘Moving Toward Permissionless Consensus’라는 문서를 통해 앞으로 탈중앙화를 추구해 갈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이것이 대중이 참여하는 탈중앙화(Public Permissionless)인지 리브라 협회에 의한 탈중앙화(Private Permissionless)인지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 두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비트코인과 리브라를 언급한 속마음이 비트코인 때문인지 리브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의 실현은 리브라의 백서 구상에 영향을 주었고, 리브라 백서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구상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는 미국의 기축통화 패권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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