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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이 아니라 디지털 대면입니다

비대면이 아니라 디지털 대면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타고 다니며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계좌개설, 비대면 마케팅, 비대면 교육, 비대면 주주총회 등에 이어 국토교통부와 LH주택공사는 임대차계약에도 비대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자 계약을 체결하면 주민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됩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보면 비대면보다는 디지털 대면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것을 알수 있습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대면(對面)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함’이라는 뜻이고, 비대면(非對面)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대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즉, 비대면이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등을 돌려야 하는데, 우리 한국은 서로 등을 돌리기는 커녕 어떠한 방식으로든 서로 협력하고 마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은 ZOOM 등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 대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칠판을 향해 전부 일렬로 앉아 교수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서로의 표정을 서로 볼 수가 없었는데, ZOOM에서 만나면 교수 뿐만 아니라 전체 수강생들의 표정을 한 화면에서 마치 바둑판을 보듯이 볼 수 있습니다. 교수는 전체 학생들의 실시간 표정 변화를 한 눈에 살피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실에서는 뒷자리에 앉으면 칠판도 잘 보이지 않고 교수도 학생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는데, 디지털 대면 수업에서는 모두가 같은 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코딩 실습을 교육하려면, 교수와 조교가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다른 화면에서 오류를 찾기 위해 불편함이 많았는데 디지털 코딩 수업 환경에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학생의 코딩 화면을 모니터에서 바로 보며 수정하고 실행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대면은 단지 실시간으로 영상으로 대화하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디지털공간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습니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는 수업이 끝나도 학습관리 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에 접속해서 질문과 토론을 이어가고, ZOOM 수업의 녹화 영상과 음성으로 여러 번 복습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수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기만 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디지털 환경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대신 교수의 치밀한 학습 준비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는 마이크 하나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펼쳐진 논문, 영상, 애니메이션, 실습 플랫폼 중에서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자료들을 선별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고심 끝에 선별한 자료를 그냥 나누어 주기보다, 학생들의 인지 과정과 학습 메커니즘을 고려하여 전달 과정과 순서에도 고도의 기획을 하면 교육효과가 훨씬 높아집니다.


디지털 대면은 꼭 양쪽이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자 개발자들이 서로 나서서 지역별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집계해서 지도에 뿌려 준 것도 디지털 대면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시민들이 웹브라우저에서 빅데이터를 불러오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대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대면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합니다. 오프라인 주주총회에는 바람잡이와 박수부대가 있었고, 오프라인 교육에서는 교수가 지나친 카리스마를 발휘하거나 혹은 과거 에피소드로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업무 환경에서는 일방적인 회의 문화, 과도한 음주 회식과 의전 등에서 오는 부작용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대면 업무 환경에서는 불필요한 상호 비용을 줄이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대면에서는 새로운 배려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 회의실에서는 상사가 가운데 자리에 앉아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었지만, 서로 이어폰을 끼고 있는 디지털 대면 회의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큰 결례일 뿐 아니라 소통에서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디지털 대면은 새로운 경제 구조와 생산성을 만들어 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갑작스러운 재택 근무로 인해 초기에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서로 적응하고 나면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생산성의 효용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같은 나라에 있어도 거리의 제약상 화상 회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가는 것보다 앉은 자리에서 여러 건의 컨퍼런스 콜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국토의 크기가 애매하여 행정 수도는 세종시로 옮겼지만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은 보고를 하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로 매번 출장을 와야 하는 고충이 있었습니다. 디지털 대면 회의 공간에서는 국가의 소중한 인재들이 간단한 회의를 위해서 책상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생수와 펜을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디지털 대면 시대에 국가는 디지털 지식에 관해 세대별,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디지털 교육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마스크 사태에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교육 과정이 의무교육인 것처럼 시니어, 노년층 및 취약 계층에게 디지털 생존법을 의무적으로 교육해서 보호해야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디지털 대면 시대와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가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약 5800조 원을 투자하는 신지젠(新基建)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고속도로와 같은 눈에 보이는 인프라를 건설하며 경기를 부양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파급력이 높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핵심 기술 연구 개발, 파생 서비스 육성 및 디지털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최근 유튜브마저 트래픽 부하를 견디기 위해 동영상 서비스의 기본화질을 하향 적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예전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예전처럼 오프라인에서 대면 활동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총선이 끝난 후에도 당선자들은 예전처럼 지역구의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다니면서 의정 활동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과학자와 개발자들과 함께 지역구에 쌓여 있는 빅데이터를 마주하고 분석하며 보다 높은 생산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디지털 역량 전환과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본 글은 중앙일보 조인디에 칼럼으로 제출하여 다음과 같이 게재되었습니다.


중앙일보 :  https://news.joins.com/article/23746262

조인디 : https://joind.io/market/id/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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