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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허브의 꿈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본 글은 중앙일보 조인디의 편집을 통해 https://joind.io/market/id/1157 에 게재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2003년부터 금융 허브의 야망을 꿈꾸어 온 나라입니다. 2003년 12월1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 회의에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동북아 금융 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로드맵은 2020년까지 대한민국을 일본 도쿄 및 홍콩과 경쟁하는 아시아 3대 금융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그 2020년이 곧 다가옵니다. 사실 지난 16년 동안 대한민국 금융허브의 구축의 실행은 초기 야망에 비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보면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 3대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5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스마트폰이 은행이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뱅크 이용자 수에서 KB은행 및 모든 시중 은행의 앱을 추월하며 국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은행 오프라인 지점의 개수는 점점 줄고 있고, 통상 좋은 건물 1층마다 입점했던 은행 지점들은 유명 카페에 그 자리를 내어 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 은행 지점이 되고 스마트폰 앱은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가 창구 직원의 역할을 하며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둘째, 전통 금융기관의 상징인 골드만 삭스가 게임의 규칙이 디지털로 바뀐 소매 금융에서 살아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We are technology company.”라며 스스로를 기술 회사라고 새롭게 정의하고 핀테크와 디지털 기술로 변화된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드만 삭스의 이러한 모습을 두고 ‘Goldman Sachs Tries Banking for the Masses. It’s Been a Struggle.’ 라고 표현했습니다. (https://www.wsj.com/articles/goldman-sachs-tries-banking-for-the-masses-its-been-a-struggle-11569643252)

2003년 청와대가 발표했던 ‘동북아 금융 허브 추진 로드맵’은 2012년까지 세계 50대 자산운용사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당시에는 잘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우리가 유치하지 않아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이 디지털 공간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5년 9월 16일 발간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핀테크 도입과 골드만삭스 사례] 보고서를 통해 부유층 및 대기업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던 골드만 삭스가 핀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며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2007년 30.07%에서 2014년 10.5%로 감소한 것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셋째, 스마트폰에서 언어의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스마트 콘트랙트와 암호화폐의 거장인 닉 사보(Nick Szabo)는 1993년 작성한 글 [Multinational Small Business]에서 다국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요소로 다양한 언어, 통신 비용, 물류 비용, 법적 규제를 꼽았습니다. 그렇지만 전 세계가 와이파이로 연결된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통신 비용과 물류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언어의 장벽 마저도 인공 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자막 자동 생성은 머지 않아 번역된 자막에 출연자의 목소리까지 입힌 자동 더빙 기능으로 발전할 것이고, 중국의 위챗(WeChat)의 메시지 번역 기능은 점점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대만 및 다양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라인 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마트폰 앱은 각 국가별 언어로 현지화를 지원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 공간에서 낮아지는 언어의 장벽은 한국의 금융 허브 구축에 있어 과거 불리했던 점을 개선하는 환경의 변화가 될 것입니다.


넷째, 카카오톡 및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시간과 이동을 이끄는 허브이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사용자가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손가락 버튼만으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데 사용자 대부분의 트래픽이 모바일 메시지 확인을 통해 시작됩니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카카오와 네이버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네이버 파이낸셜 등을 통해 금융 시장을 향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한국 전통 금융 기관들의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각 시중은행장들은 디지털 전환을 외치며 CDO(디지털 책임 임원, Chief Digital Officer)를 임명하고, 디지털 인력의 채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 내부에 디지털 전략팀을 설치하고 임직원들에게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주원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카카오로 이직하고 미래애셋이 네이버 파이낸셜에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금융을 맞아 전통 금융 기관들의 높은 위기 의식과 디지털 혁신 추진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암호자산 거래기업인 ‘Circle’, 금융상품 가격비교 사이트 ‘CompareAsiaGroup’, 건강보험 스타트업 ‘Oscar’ 등에 투자하고, 애플과는 핀테크 사업 협력을 추진하며 새로운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내 IT 기업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직접 소매 금융 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디지털 화폐(DCEP)의 시범 사업을 위해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애플조차도 중국에서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이 2003년부터 야망을 꿈꾸었지만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웠던 금융 허브로의 도약은 이렇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제일 큰 디지털 시장이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 파이낸셜 등 국내기업들이 국내에서 서로 경쟁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펼쳐지는 동북아시아 의 디지털 소매 금융 시장에서는 골드만 삭스 등의 글로벌 금융기업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및 디지털 화폐의 중요성을 조금 더 빨리 깨닫고 국가 단위의 전략 사업으로 강하게 육성한다면,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허브 플랫폼은 더욱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될 것입니다.


김문수 aSSIST-장강상학원 Top-tier EMBA 및 크립토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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